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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출판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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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래밍은 상상이다 - 마이크로소프트 성공 신화의 비밀

한빛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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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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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BIT

9,798

제공 : 한빛 네트워크
저자 : 임백준
출처 : 프로그래밍은 상상이다 제5장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사회 중에서"

클린턴 행정부 시절의 노동부 장관이었던 로버트 라이시(Robert B. Reich)는“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스스로 장관직을 사임하여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장관직을 사임한 이후 대학 교수로 활동하던 그는 1년 전『부유한 노예(The Future of Success)』(김영사, 2001)라는 책에서 신 경제가 개인의 삶과 지역사회에 강요하는 부당한 질서를 흥미롭게 분석, 비판하였다. 그는 이 책에서 자본주의 시장에서 발생하는 독과점의 폐해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하였다.

“하나의 공통 표준으로서의 윈도우 운영체제는 구매자에게 고마운 일이다. …(중략)… 하지만 음성인식 기기와 비디오 메일, 3차원 인터넷과 같이 우리의 상상력 너머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소프트웨어들을 더 좋게 그리고 더 싸게 만들어낼 수 있는 미래의 기업가들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 때문에 꿈을 접어야 한다면 이는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이미 널리 알려진 바대로 마이크로소프트는 현재 법무부와 반독점 소송 타협안(antitrust settlement)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진행하고 있다. 본래 이 사건의 담당 판사였던 토머스 펜필드 잭슨 판사는 2000년에 이미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혐의를 인정하고 회사를 분할할 것을 명령한 바 있으나,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판사가 바뀌어 기존의 판결을 뒤집고 타협안을 제시 하였다. 하지만 원래 연방정부와 함께 소송에 참가했던 18개 주 정부 중에서 9개 주는 현재의 타협안이 마이크로소프트에게 지나치게 유리하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재판을 계속 진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엄청난 자금력을 앞세워 최고의 변호사와 인맥으로 무장한 마이크로소프트는 정부나 학계의 공격을 오라클이나 썬마이크로시스템즈와 같은 경쟁업체들이 로비를 펼친 결과라고 일축하고 있다. 오히려 그들은 정부의 지나친 개입이 소프트웨어의 개혁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즉, 마이크로소프트 자신)의 창조력을 위축시킬 뿐이라며 반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그들의 주장을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조력에만 적용시킨다면 그 말이 옳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아닌 다른 회사의 창조력도 함께 고려한다면 사정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자신에 의해서 창조력이 질식되거나 끝끝내 꿈을 접은 회사들이 한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의 독점적 횡포 앞에서 운명을 달리한 소프트웨어 중에서 가장 쉽게 떠오르는 것은 초기 인터넷 브라우저 시장을 석권했던 넷스케이프이다. 인터넷이 대중화되어가던 90년대 초, 중반에는 인터넷 사용자의 70~80% 이상이 넷스케이프를 이용하였다. 당시만 해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만든 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이용하는 사용자들은 드물었다. 그러나 마이크로소 프트는 인터넷 브라우저 시장의 중요성을 인식하자마자 자신의 독점적 지위를 활용하여 넷스케이프 죽이기에 나섰고, 어렵지 않게 성공을 거두었다. 지금은 인터넷 사용자의 80% 이상이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사용하게 된 것이다. (웹브라우저보다 앞서 워드프로세서(word processor)와 스프레드시트(spreadsheet) 시장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90년대 후반에는 리얼네트워크(Real Networks)라는 회사가 인터넷에서 비디오, 오디오 정보를 제공하는 기술을 선보이면서 신선한 성공을 거두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기술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배하고 있는 시장인 운영체제나 웹브라우저, 혹은 오피스 같은 응용 프로그램하고는 어디까지나 다른 영역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탐욕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리얼네트워크가 다른 경쟁업체들에게 기술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하며 이들의 시장진입을 노골적으로 방해하였고, 이에 리얼네트워크는 회사의 운명을 건 강력한 소송으로 맞설 수밖에 없었다. 이와 같은 일은 리얼네트워크와 같은 작은 회사만이 아니라, 애플(Applet)이나 인텔(Intel)과 같은 중대형 회사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자행되었다.

현재까지 마이크로소프트는 자바 프로그래밍 언어와 관련해서 썬마이크로시스템즈와 소송이 걸려있고, 최근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인스턴스 메시지(instance message) 서비스와 관련해서 AOL과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사실 이러한 예들은 너무나 많아서 일일이 전부 소개할 수 없을 정도이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이상하지 않은가? 어떻게 하나의 회사가 수많은 다른 회사들을 상대로 이러한 횡포를 부릴 수 있는 것일까?

이유를 알고 보면 사실 간단하다. 어떻게 보면 자본주의 시장질서 속에서 가능한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적 횡포는 국제정치 질서 속에서의 미국의 독선과 원리상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그들의 횡포와 독선이 가능한 이유는 간단히 말해서 제한되어 있는 물리적 자원을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많이 점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 세계에서의 물리적 자원이 석유와 같은 에너지나 자본이라고 했을 때, 미국이 지구상의 그 어느 나라보다도 물리적 자원을 많이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에 비해서 컴퓨터 세계에서의 물리적 자원은 CPU와 메모리라고 할 수 있다. 내가 만든 프로그램과 여러분들이 만든 프로그램이 하나의 컴퓨터에서 작동할 때, 그들은 서로 더 많은 CPU와 메모리(즉 CPU를 사용할 수 있는 시간과 메모리 용량)를 확보하기 위해서‘경쟁’한다. 이때 CPU와 메모리를 실제로 관리하면서 응용 프로그램 간의‘경쟁’을 조절하는 소프트웨어가 바로 ‘운영체제(operating systems)’이다. 운영체제는 현실세계의 군사력과 비슷해서, 모든 응용 프로그램은 운영체제의 명령에 굴복해야 하며, 그들의 지원과 협력 없이는 결국 아무 일도 수행할 수 없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만드는 윈도우가 바로 이러한 운영체제에 해당하고, 위에서 언급한 웹브라우저나 워드프로세서, 혹은 동영상 처리기 같은 것들은 모두 운영체제 위에서 동작하는 응용 프로그램이다. 이제 눈치 빠른 독자들은 상황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만드는 응용 프로그램과 다른 회사에 만든 응용 프로그램의 경쟁은 아프가니스탄과 미국의 전쟁 만큼이나 결과가 뻔한 것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만든 응용 프로그램은 막강한 군사력에 해당하는 운영체제의 전폭적인 협력과 지원을 등에 업고 있는 반면, 다른 회사의 응용 프로그램은 윈도 운영체제의 협력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마이크로소프트 성공 신화의 이면에 감추어져 있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잭슨 판사는 이와 같은 부당한 경쟁을 막기 위해서 마이크로소프트를 운영체제를 만드는 회사와 응용 프로그램을 만드는 회사로 분할하라고 명령했던 것이다. 이러한 판결이 부시 정부가 들어서면서 일시에 뒤집히지만 않았어도 좀더 공정한 경쟁 관계가 성립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는 정부의 분할 명령마저 뒤집는 ’괴력‘을 과시하며 거뜬히 살아남았다. 그렇지 만 천하를 호령하는 마이크로소프트 제국의 뒷골목에서는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두려운 반란군 세력이 자라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오픈 소스 혁명’이라는 신선한 충격과 함께 등장한 새로운 운영체제 리눅스(Linux)였다. 핀란드의 평범한 청년 해커가‘그저 재미로’만들었다는 리눅스! 다음 칼럼에서는 흥미로운 리눅스 혁명의 실제와 허상에 대해서 함께 알아보도록 한다.

- 뉴스앤조이 USA, 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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